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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둥글게 둥글게 – 춤추며 탐구한 문장들





5화. 둥글게 둥글게

만딩고 춤은 보통 둥글게 모여서 시작한다. 새로 온 이가 있으면 인사를 주고받고, 땅과 하늘의 기운을 나누며 슬금슬금 몸을 데운다. 모인 이들의 몸 상태와 기운에 따라 구체적인 동작은 달라지지만, 대략 이런 흐름이다. 두 다리를 넉넉히 벌리고 선다. 목과 어깨와 가슴과 골반을 뱅글뱅글 돌리며 풀어낸다. 리듬을 따라 좌, 우, 위, 아래로 움직임을 더한다. 서로의 뒷모습을 쫓아 빙그르르 돌며 속도를 높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했다가 다 같이 따라 한다. 차례는 원을 그리며 지나간다. 어린 시절 여럿이 둘러앉아 놀던 수건돌리기가 생각한다. 혹시 내가 술래가 되는 건 아닐까 초조함과 설렘을 가득 담아 짝짝 손뼉치며 부르던 노래도.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랄라랄라 즐거웁게 춤추자

‘둥글게’는 둥근 상태를 뜻한다. ‘둥글다’의 한자 어원은 ‘둥글 원(圓)’이다. 우리 말에서 ‘둥근 것, 삥 둘러싼 것, 여럿이 뭉친 것’은 ‘도로/두로/두루/두리’라고 했다.1 둥글 원 전에는 두리 원으로 불렸다. 더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둥글다는 뜻의 두리는 두이> 뒤 >대 순으로 변형됐다. ‘대’는 콩을 칭하는 순우리말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시작하게 했을 원을 떠올려본다. 머리를 맞대고 중요한 것을 의논할 때 사람들은 자연스레 둥글게 모인다. 무언가를 주고받고 정하고 너르게 나누는 동안 원은 흐트러지기도 하고 다시 헤쳐 모이기도 했을 것이다. 둥근 콩 한 톨에는 생명의 모양과 빛깔과 내음새와 탄생과 소멸의 순간을 결정지을 우주가 담겨있다. 우리는 둥글게 둥글게 모여 각자가 떼구루루 구르는 작은 콩이 된다. 더 커다랗고 둥근 원을 향해 함께 작아졌다가 커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생을 이룬다. 

오늘날 ‘무섭다’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는 ‘두렵다’는 중세에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녔다. ‘두렵다’는 ‘두리-업다’에서 왔는데, 여기에서의 두리는 ‘둥글다’는 어원의 두리와 같은 뜻이다. 15~16세기에 ‘두렵다’는 대부분 ‘둥글다’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2 둥근 모양의 두려움이라면 어쩐지 덜 무서울 것 같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데 없이 몽실몽실 한없이 부드러울 것만 같다. 무엇보다도 두려움이 솟구칠 때 내 곁에 둥근 원을 그리며 서 있을 누군가의 손을 가만히 잡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둥글게 둥글게 모여 춤을 춘다. 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원을 그린다. 당신은 또 다른 누군가 뒷모습을 따른다. 내가 그리는 원을 따라 당신은 원을 그린다. 당신이 그린 원은 나에게 다가오는 중이다. 우리가 그리고 있는 원은 누구 한 사람이 멈추기 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둥글게 모여 부르던 노래는 이어진다.  

링가링가 링-가 링가링가링
링가링가 링-가 링가링가링
손에 손을 잡고 모두 다 함께 
즐거웁게 뛰어봅시다 

손에 손을 맞잡고 즐거웁게 뛰어볼 그 날을 기다린다. 무한의 원이 멈추지 않을 그 날을 위해 잠시 각자의 길 위에서 둥글게 둥글게 걸어보자. 발걸음은 가볍게. 그동안 지나쳤던 누군가의 뒷모습을 기억하면서. 



1  <조선어 어원 편람(하)>, 김인호, 도서출판 박이정, 2001, 169쪽
2 <조선어 어원 편람(하)>, 김인호, 도서출판 박이정, 2001, 20쪽



글|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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